기쁜 우리 사랑은,


세상의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 연애마저도.

그러니까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하면 되잖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식으로 표현하자면 초유미 상태라고나 할까?

'마음 가는대로'라는 것의 주문은 꽤나 강력해서, 고백하기 전이라면 '그래 해버리자!'라는 용기를, 잘 안풀리는 연애가 고민일 땐 '문제가 뭐든 잘 풀고 맞춰나갈 수 있을거야!'라는 낙관성을 심어준다.

이 곡을 처음 들었던 건 5년 쯤 전인가, 낯선 동네에서였다. 그때 우리 무리들은 지인의 옥탑방 평상에 앉아 육포 같은 걸 뜯고 있었던가. 멍 때리고 있던 내 귀에 이 노래가 들려 왔다. 옆에는 당시 짝사랑하던 남자애가 있었고 그날의 분위기는 꽤 괜찮았다. 결말만 말하자면 그와 난 잘 안 됐다. 우리 인생은 만화나 드라마가 아니라고. 밑도 끝도 없는 운명이라거나 해피엔딩 따위는 없는 거다.

모 영화감독과 여배우의 염문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들이 많다. 낭만적 사랑 운운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여성과 남성의 권력 차로 인한 문제라는 입장, 그들의 사생활이니 우리는 예술에 대해서만 말하면 된다는 식의 예술지상주의까지. 어디까지나 그들과 배우자 간의 문제이니 내가 단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전무하나, 약간의 애잔함은 남았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현재진행형일 때는 원래 다 맞다. 아니 다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과거형이 되는 순간,  채점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몰랐던 게 보이든 뭔가가 달라졌든 여하튼 모종의 이유로 마음이 어긋나기 시작하고 다툼이 생기다 더이상 틈을 붙여낼 수 없는 어느날 남이 된다. 사랑이라는 것의 대부분은 얼이 빠진 상태로 시작해 이런 결말로 끝나지 않나 싶다.


 


*

오늘, 밥 먹다가 아주 오랜만에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5분 간 일시적으로 초자아, 무한긍정 상태가 되었지만 여전히 난 외롭다. 그래. 어찌보면 사랑에서 영원을 찾는 것이 어리석은 게지. '한 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어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박준, 「마음 한철」) 한 철이라도 쥐어주었으면 충분한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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